우리의 예술, 커먼즈 아트와 법

김신윤주 (예술가)

패치(Patch): 인간과 비인간들이 수많은 시간적 리듬으로 겹치며 다양한 배치를 통해 형성하는 생태적 얽힘의 관계망       – 애나 

우리는 어떻게 삶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 <땅과 함께 살아가기>는 대중을 구경하는 관람자가 아니라 창조하는 예술가로, 법 집행의 대상자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을 법으로 구성하는 주체로 초대한다. 여기에서 대중은 대표자가 있거나 하나로 통합된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의지에 따라 미래를 변형시킬 수 있는 절대민주주의 실행자들의 집합체인 ‘우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법적 규약과 삶을 창조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연결’이다. 서로 다른 우리는 연결되면서 새로운 이야기와 미래를, 법과 제도와 삶의 형식을 창조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 미적 상상력을 풀어놓을 수 있다. 법에 대한 우리들 각자의 생각을 하나의 패치(조각보)라 상상하고서 그것들을 연결해보자. 마치 거대한 조각보처럼 다양한 색과 형태를 가진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우리의 법은 서로 연결되면서 끝없이 확장될 것이다. 또한 그 조각들이 변화무쌍하게 연결될 때마다 제3의 시공간이 제3의 자연으로 무한히 태어나지 않을까?! 

1. 커먼즈의 이론커먼즈와 공공의 것

근래의 공동체 이론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커먼즈는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닌 공동으로 사용해야 할 공유 영역으로, 커먼즈를 만드는 과정과 방법론 또한 공통하기(Commoning)로 커먼즈에 속한다. (What + Why + How). 공동소유, 공동관리, 공유자산, 공통의 부, 공통재, 공유재, 공유활동 등으로 정의된다.  공동체에서는 커먼즈(Commons)가 그 누구의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즉 모두에게 속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공통의 규약과 규칙을 만들고, 미분, 분산, 민주주의를 통해서 거대한 무의식적 절차와 과정의 행렬을 그려낸다.

커먼즈와 공공의 것은 아래와 같이 비교될 수 있다. 

커먼즈공공의 것
특이성(Singularity), 공통관념(common concept), 고유성, 역사성, 장소성, 국지성,지금-당장-여기의 현실계,보편성 (Universality), 같음의 공통(Common sense), 편재성, 무시간성, 무장소성, 무역사성, 무차별, 무작위
현실을 복잡계로 보고 국지적인 영역에 다양한 모델들을 적용시켜 커먼즈로 만드는 과정국가주의는 보편적인 하나의 모델을 현실에 적용한다.
종획 이전, 공통의 부(모두의 소유=무소유)종획 이후, 사유재산 기반
공공 주도의 관치가 아닌 시민 주도의 협치, 거버넌스를 통한 커먼즈의 재발견과 재창안 이 중요현시대의 공공영역은 사유화의 바다 속에 있는 점이며 사유화되는 과정의 자산이므로 사실상 사적영역으로 작동

2. 커먼즈 아트

커먼즈 아트는 다중의 내재된 잠재력이 공동체의 관계망을 통해 특이성을 가진 공통을 창조할 수 있도록 미학적 활동을 하는 예술이다. 관계망을 기반으로 내부에서 실행하는 예술로, 그 자체가 커머닝(공통하기)이기도 하다. 보편적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공 예술이 ‘모두의 예술’이라면, 공동체에서 연결을 통해 창발되는 커먼즈 아트는 ‘우리의 예술’이다.

말하자면, 서로 다른 우리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집합적 삶을 구성하는 커먼즈의 미학적 과정과 결과를 커먼즈 아트라 할 수 있다.

1) 안토니오 네그리

예술론

지금 시대의 예술 생산양식은 장인적 실천과 물상화된 상상력을 통해 평탄화되었고, 자본주의의 생산양식을 흉내 내고 있으며, 예술은 상품세계 안으로 들어와 있다. 

아름다움이란, 세계의 구축에 참여하는 각각의 주체로 이루어진 다양체(복수성) 안에서 순환하고 공통적인 것으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특이성을 발명하는 것이다. 예술은 노동이 특이한 형상과 오브제를 발명하는 것이고, 언어적 표현이나 여러 기호들을 발명하는 것이다. 이 기호나 언어는 공통의 부를 이루어야 하며, 다중이 향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예술은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 대중의 노동을 가치화하는 활동이다. 예술은 바로 살아 있는 노동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이란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이루어진 상상력을 일컫는 것이다. 예술이란 그런 의미에서 다중의 활동이다.

대중 전위론

전위(avant-garde)란 대중 그 자체의 내부에서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기적 지식인처럼). 전위가 예술이며 예술이 전위라고 한다면 “전위=대중”인 ‘대중 전위’란 “예술 대중” 즉, 우리들 각자의 생산 활동이 예술이어야 한다는 것, 혹은 우리들 각자가 예외 없이 모두 예술가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 전위”란 대중(다중)에 앞서가는 분리된 전위가 아니라 대중(특이성의 집합체)의 활동 속에서 우리들 각자가 문자 그대로 예술(고유한 활동)을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중의 구성권력

기존의 질서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창안할 수 있는 역능이다.  낡은 질서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법적 규약들과 새로운 삶의 형식들을 만들어가는 힘으로, 사회적 노동의 협력적이고 소통적인 네트워크들의 창조적 능력, 존재론적 역능과 활력이다.

구성권력의 절대성: 권력의 준거가 다중(대중)에게 있지, 권력자나 대표에 있지 않음을 말한다. 따라서 대중의 의지에 따라 무한히 변형되는 절대적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한번 권력을 넘겨주고 지배를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선거제 민주주의는 절대적 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있다. 지도와 대중이라는 구도에서 지도를 삭제하려는, 대중의 무한한 활동을 확장하려는 기획이다.

네그리의 세번째 자연: 커먼즈 아트

첫번째 자연: 변형되기 전의 자연 

두번째 자연: 자본주의 하에서 추상화된 자연, N개의 자연, 시장이 된 자연, 포스트 모던 자연 

세번째 자연: 첫번째 자연과 두번째 자연을 포괄하여 인간주체가 스스로를 포함하여 만들어 내는 활동과 대상들. 인공의 자연. 

‘대중 전위’가 세계 구축 속에서 창조한 특이성을 가진 공통적인 것, 그 창조 과정과 결과물 모두 커먼즈 아트이다

2) 공통적인 것 만들기펠릭스 가타리 

주체성 생산

주체성(subjectivity): 근대가 사법적 책임주체로서 ‘나, 너, 그’를 만들었다면, 펠릭스 가타리는 주체성 개념을 등장시킨다. 이는 근대의 통합적인 자아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복수적 타자가 내재하거나 이를 대면하는 주체성을 사유하며, 동시에 준거체제를 신, 국가, 아버지와 같은 초자아적인 것에 두지 않고 자신의 실존의 영토(고유한 활동)에 두는 자기 준거성과 자율성에 입각한 움직임이다.

“미하일 바흐친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체성은 다원적이고 다성적이다… 개인적, 그리고 /혹은 집단적인 층위들이 그 자체 주체적인 타자성과 인접한 혹은 한정하는 관계에 있는 자기준거적인 실존적 영토로서 등장할 수 있도록하는 조건들 전체”이다. 

생태적 주체성: 근대적 책임주체가 아니라, 관여적 주체, 서로주체, 사이주체, 간주체, 관계망에서 뜻, 지혜, 아이디어가 모여 ‘어느 누군가’의 행동을 촉발하는 구도이다. 이것은 공동체적 관계망의 리토르넬르(리듬)에 따라 조성되며 우주적 주체라고도 할 수 있다. 

근대적 주체가 스스로에게 한정되어 무한히 위축시키고 죄책감을 동반하는 주체라면, 탈근대적 생태적 우주적 주체는 우주적(생태적) 장 안에 특이성(고유한 개별성)의 무한한 집합활동을 확산시키며 그 능동적 힘을 긍정하는 주체이다.

리토르넬르: 다성적 배치 

공동체적 관계망은 독특한 리듬과 화음을 갖고 있어서 식생, 문화, 삶의 방식, 생활습관 등에서 자신의 특이성을 드러낸다. 리토르넬르를 통해서 사람들의 정서나 감각, 지각작용이 바뀌고 세상을 재전유하고 재창조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특정한 내용이 아니라 그런 내용을 가진 움직임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완전히 다른 감수성으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것 –즉, 주체성 생산-은 리토르넬르의 화음을 따라 탈영토화하는 흐름 속에서 조성된다.

세 가지 생태학

자연생태 – 인간과 자연 간 관계의 문제, 환경오염

사회생태 – 사회적 관계의 문제, 민주주의

마음생태 – 주체성 생산의 문제: 다른 생각과 다른 삶 구축

 집합적, 정동적, 구성적, 인공의 자연, 예술

이 세 가지 생태를 융합시키는 과정이 세 가지 생태학의 과제이다. 

그레이트 베이트슨이 강조했던 마음생태, 즉 주체성 생산이 가장 중요하고, 주체성 생산의 주요 과정인 예술이 생태 문제에서 핵심적이다. 

3. 커먼즈 아트와 법

변호사들이나 법조인들이 기존의 법을 지키는 활동에 중점을 두는 것이 대해, 구성권력의 관점에서는 대중이 법을 만들어가는 절차를 법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의 법을 무화시켜가는 대중의 법 제정 활동이 핵심인 것이다. 이러한 법 제정 활동 또한 대중의 커머닝이며 예술은 이에 일조한다. 

또한, 다중의 구성권력이 사회적 협동을 통해 새로운 법, 제도, 삶의 형식 등을 창조하는 것을 하나의 커먼즈 아트라고 할 수 있다

<주민예술가법률행정가가 함께 만드는 주민발의 생태조례 제정>

주민, 예술가, 법률·행정가가 자연의 권리를 인식하고 함께 조례안을 만들어 이를 발의함으로써 공동체의 신체적, 정신적 연대를 형성한다. 규칙은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는 규칙을 만들지만 규칙이 공동체의 모든 것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민주주 의는 ‘구성 권력’ constructive power의 완성형이 아니고 과정형이자 미래진행형이 다. 이번 프로젝트는 주민발의 생태조례 제정이라는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예 술적 형태로 접근하여 새로운 감수성과 공동체 구성을 실현하도록 제안한다.                                              -‘상량, 미래의 집’ 프로젝트 기획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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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아트 소개>

ONE HEART PROJECT

 김신윤주

One Heart Patch (하나의 마음 조각보): 참여자 각자가 다양한 색의 천을 이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조각보 작품과 이를 연결한 작품

One Heart Monument (하나의 마음 기념비): One Heart Patch로 만든 설치 작품

패치 Patch 

1. 구멍 난 부분을 때우기 위해 덧대는 작은 조각이나 조각나 작은 공간, 또는 채소나 과일을 경작하는 작은 땅 

2. 인간과 비인간들이 수많은 시간적 리듬으로 겹치며 다양한 배치를 통해 형성하는 생태적 얽힘의 관계망 (애나 칭) 

패치워크 (조각보)

여러가지 색상, 무늬, 소재, 크기, 모양의 작은 천조각이나 큰 천조각들을 서로 이어붙여 하나의 

천으로 만드는 수예

<프로젝트 영상>

  • ONE HEART PROJECT 2015년 

  • GENUINE PROJECT, 2017년 
  • 공명(부제: n개의 공명블럭) 2022년. 통영국제트리엔날레
  • ASSEMBLY PROJECT ASSEMBLY 518

http://assembly1heart.com/

  • ASSEMBLY DEGROWTH 

http://assembly1heart.com/assembly-degrowth/

지식인과 예술가는 다양한 공중이 편리하게 사용할 개념, 지각, 정서로 이루어진 도구상자를 만들어낼 것이다.

  • 펠릭스 가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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